기타리스트의 실력을 키우는 청음 훈련법
손보다 귀가 빠르면 기타 실력은 반드시 성장한다
많은 기타리스트들이 실력을 키우기 위해 매일 스케일과 코드 연습을 반복한다. 그런데 정작 자기 귀로 음을 식별하고 이해하는 훈련, 즉 청음 연습은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빠르고 정확한 손놀림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내가 듣고 있는 소리를 구분할 수 있는지’다. 귀가 열리지 않으면 어떤 곡도 정확하게 연주할 수 없고, 즉흥 연주도 단조롭고 뻣뻣해질 수밖에 없다.
기타 연습은 사실상 청음과 손의 싱크(연동)를 만드는 과정이다. 귀를 훈련하면 코드의 성격, 스케일의 색깔, 리듬의 미묘한 뉘앙스를 이해하고 흉내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초보부터 중급 기타리스트까지 단계별로 활용할 수 있는 실전 중심의 청음 훈련법을 소개한다. 매일 짧게라도 이 루틴을 지속하면, 연습곡 암보, 즉흥 솔로, 자작곡 작곡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다.
그럼 지금부터 차근차근 알아가보도록 해보자.
음 구분의 기초: 단일음 청음으로 귀를 깨우기
청음 연습의 첫 단계는 **단일음 구분(싱글톤 인식)**이다. 초보는 음정을 외워도 손으로만 기억하고, 실제로 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단일음을 듣고 어떤 음인지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A마이너 펜타토닉의 A, C, D, E, G 음을 따로따로 연습하면서 소리만 듣고 음을 구분하는 훈련을 한다.
이때 유용한 방법은 모바일 청음 앱(Perfect Ear, Functional Ear Trainer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1옥타브 범위에서 1도7도 음정을 랜덤으로 들려주는 기능이 있어 매일 1015분만 투자해도 귀가 빠르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기타로 할 수 있는 훈련은 메트로놈을 틀고 A음을 친 뒤, 같은 줄에서 다른 음을 랜덤으로 치며 ‘이 음이 몇 도 위/아래인지’ 즉시 판단해보는 방식이다. 이 연습을 꾸준히 하면 내가 어디를 치고 있는지 손과 귀가 동시에 인식하게 된다. 특히 프렛보드의 음 위치를 외운 상태에서 단일음 청음을 병행하면, 프렛 이동 속도가 빨라지고 실전에서 안정적인 연주가 가능해진다.
코드 청음: 메이저, 마이너부터 시작해 확장하기
두 번째 단계는 코드 청음이다. 메이저 코드와 마이너 코드는 각각 명확히 다른 느낌을 가진다. 메이저는 밝고 안정적, 마이너는 어둡고 우울한 톤이다. 이 차이를 귀로 구분할 수 있어야 코드 진행을 외우고 재현할 수 있다.
훈련은 다음과 같이 진행한다:
- 기타 또는 피아노로 C메이저와 Cm을 번갈아 들으며 차이를 느낀다.
- 랜덤으로 C, D, E 등 다른 루트로 메이저/마이너를 쳐보고 어떤 코드인지 맞춰본다.
- 메이저7, 마이너7까지 범위를 넓혀 연습한다.
코드 청음에 능숙해지면 유명 곡의 코드 진행을 자기 귀로만 듣고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버스킹이나 즉흥 세션에서 키만 알면 금세 코드를 찾아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또, 귀로 코드를 파악할 수 있으면 유튜브나 음원 속 곡들을 쉽게 카피할 수 있어 자작곡 작사·작곡에도 큰 도움이 된다.
멜로디 청음: 프레이즈 따라치기로 리듬과 뉘앙스까지 익히기
세 번째는 멜로디 청음이다. 이 과정에서는 단일음 훈련과 달리 음의 흐름을 한 덩어리로 듣고, 그걸 기타로 재현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집중한다. 연습법은 간단하지만 매우 효과적이다:
- 좋아하는 곡의 멜로디 한 소절을 반복해 듣는다.
- 음원을 멈추고 방금 들은 소절을 기타로 찾아서 친다.
- 처음엔 느린 템포의 발라드, 가요 등을 추천한다.
- 익숙해지면 원곡 속 리듬, 뉘앙스까지 흉내내보는 단계를 추가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음 높이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프레이즈의 길이, 악센트, 음량 변화까지 신경 써서 따라치면 훨씬 실전감각이 생긴다. 메탈리카의 멜로디를 흉내낸다든지, 존 메이어의 블루지한 프레이즈를 귀로 듣고 따라치며 감정을 구현하는 식이다.
이 연습은 즉흥 연주나 애드리브 실력의 핵심이다. 귀로 들은 소리를 즉시 손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솔로잉이 자연스러워지고, 자신의 스타일도 점점 생기게 된다.
코드 진행 청음: 곡의 뼈대를 귀로 파악하기
마지막 단계는 코드 진행 청음이다. 이 능력은 단순히 코드를 맞추는 것과는 달리, 곡 전체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C – G – Am – F 같은 다이아토닉 진행은 귀가 익으면 바로 감이 오지만, 그 이상으로 전조되거나 비다이아토닉 코드가 등장할 때는 혼란스러워지기 쉽다.
연습 방법은 실제 곡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 음원을 재생하며 곡의 루트 음을 듣고 톤 센터를 잡는다.
- 한 마디마다 코드가 바뀌는 패턴을 예측하고 귀로 진행을 따라간다.
- 코드 변화가 예상과 달랐을 때 어떤 느낌(해결, 긴장, 전환)이 생겼는지 기록한다.
앱으로는 ‘Chordify’ 같은 서비스가 코드 진행을 자동으로 분석해주기 때문에 연습에 활용하기 좋다. 하지만 앱만 의존하면 청음 실력이 늘지 않으니, 귀로 먼저 시도한 뒤 답을 비교하는 용도로만 쓰는 것이 이상적이다.
코드 진행 청음 실력을 키우면, 즉석에서 악보 없이 곡을 카피하거나, 새로운 곡을 쓸 때 자신만의 진행으로 변형할 수 있다. 이 능력은 곡 해석력과 창의성을 동시에 길러준다.